인생 첫 교환일기를 써본다! 요즈음 처음 해보는 것이 많다. 좋다.

무소속 인간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을 벌여놓았는데, 퇴사 준비 및 여행 준비와 겹쳐서 지금 당장은 감당하기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안전장치라 함은 내가 공허함을 느끼지 않도록 방지하는, 오로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다. 그리고 약간의 생산성까지 있는 일들.

클라이밍 모임, 글쓰기 모임, 교환일기 모임! 등 크고 작은 모임에 속해있고 앞으로 공간 큐레이션 뉴스레터 발행, 파인더스 클럽 레퍼런스 밋업, 도쿄 여행(과 사진집 준비), 마을학교 보조강사 활동 등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일들을 퇴사 절차를 밟으면서 함께 준비하려니 쉽지 않긴 하다.

퇴사, 생각보다 깔끔하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구만. 앞으로 마지막 출근일까지 2주 동안 모든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자잘한 퇴직 서류 작업과 동료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맺음이 그 일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좌지우지한달까. 회사 생활을 아름답게 미화해서 추억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어딘지 모를 불편함 같은 것은 남기고 싶지 않다. 나의 부족한 일 처리로 다음 담당자가 고생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더더욱 싫고. 그분에게는 회사 일이 어떤 의미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난 떠날 거니까 대충 마무리하고 넘겨주고 가야지’라고 해버리면 내가 일을 하면서 느낀 답답함과 책임감 없는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다. 그래서 꼼꼼하게 정리해서 인수인계를 해주려다 보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우리 회사의 직함은 인사관리자를 제외하고 모두 ‘책임’이다. 나는 본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왔다. 하지만 고인 조직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책임감 없는 책임만 남았다. 그리고 이건 또 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고리가 되었다. 이것도 이제는 끊을 수 있겠지.

아무튼,

친했던 동료들에게는 어떻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까.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길 바라는 사람들이 몇 있지만, 마지막일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모두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그래도 내가 그들의 기억 한편에 있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나의 빈자리는 금세 잊혀지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금세 나를 잊겠지만.

나는 이제서야 인간관계가 어렵다.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끝’이 어렵다. 영화처럼 깔끔하게 THE END 하고 막을 내리면 좋으련만, 인생은 연속적이라 끝이 늘어진다. 길게 늘어져서 이게 끝난 것이 맞나? 할 때까지 늘어진다. 그 위로 시간이 쌓여 희미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