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컨트롤하기가 어렵다.
무언가 회피하고 싶을 때 잠이 쏟아진다.
오늘도 많이 잤다. 밤 열한시 반에서야 말똥하게 노트북 앞에 앉았다.
다음 주면 마지막 출근인데, 꼭 회사만이 나를 짓누르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일주일 동안 여럿 팀원들에게 퇴사 사실을 알렸다. 모두의 첫 마디가 이거였다.
“책임님 이직해요? 어디로 가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귀찮았다.
왜 나의 선택을 설명해야 할지.
대충 얘기해 주니 대부분은 용기 있다, 응원한다고 해주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할까?
아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다.
물론, 퇴사 사유를 궁금해 할 수 있고 일종의 관심이기도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같은 얘기를 반복하다 보니 그것도 지치더라.
마치 내 퇴사의 이유를 납득시켜야 될 것 같은 기분.
‘퇴사 = 이직’이 당연시 여겨지는 집단에 속해 있었나 보다.
난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가고 싶은 것도, 삼성, 하이닉스에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냥 스스로에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거면 된다.
나의 말랑한 생각들을 오랫동안 한 틀에만 가둬놓았다. 그래서 마음이 딱딱해져갔고 생각보다 많이 지쳤다.
무니님이 해주었던 말처럼 찌든 때를 빼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