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큐레이션 뉴스레터 발행을 위한 두번째 미팅에 다녀왔다. 오늘은 서순라길! 전부터 좋아했던 길인데 오랜만에 가니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졌다. 좋은 곳은 사람들이 귀신같이 알고 다 찾아온다.
점심은 ‘지미 스모크하우스’에서 단호박 크림 뇨끼와 라구 라자냐, 항정햄 알리오 올리오를 먹었는데 단호박 뇨끼 베스트 땅땅. 나 단호박 좋아하네… 분위기도 좋고 맛도 너무 좋았는데 자리가 꽤 널널했던게 의문일 따름이다.
점심 먹고 회의하러 ‘파이키’ 카페에 갔다. 여기도 너무너무 좋았다. 사실 예전에 생긴지 얼마 안됐을 때 와 본 기억이 있는데, 많이 달라졌다. 책과 취향에 관련해서 파이키에 다녀간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할 수 있도록 색다른 컨텐츠가 가득했다.
여기도 손님을 파인더라고 칭한다는 사실! 세계관 충돌!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는 카드를 쓰면 뒷면에 스탬프 쿠폰을 찍어주신다. 그리고 이건 카페에 두고갈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것도 볼 수 있다. 이게 뭐라고 쓰면서 재밌어서 신이 났다.
한 구석에는 파인더들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리스트도 볼 수 있다. 아마 활동을 많이 하는 파인더들의 취향을 추려놓은 것 같다. 추천 리스트 줍는걸 좋아하는 나에겐 진짜 보물을 주운 기분!
요게 제일 색다르고 재미있는 부분이었는데, ‘베이스캠프’ 라고 칭하는 컨텐츠다. 카페 한켠에 실제 내가 읽는 책을 둘 수 있고, 그 책들은 다른 파인더들이 와서 읽을 수 있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문구나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등을 메모지에 써서 책 표지에 붙여놓기도 한다. 그리고 ‘나’를 표현하는 단서를 책꽂이 박스에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책과 취향의 완벽한 연결이지 않을까. 베이스캠프라는 이름도 귀엽고 재밌다. 좋아하는 카페에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는 셈이다. 이걸 보니 ‘공간’이라는 개념이 꼭 물리적으로 크기가 클 필요도 없겠구나 싶다. 요만한 책꽂이 하나로도 베이스캠프라고 칭할 수 있다니! 베이스캠프를 둔 손님들은 당연히 자주 오게 될 것 같고, 새롭게 온 손님들도 이름 모를 누군가의 취향과 생각을 엿보고 느슨하게 연결되는 경험이 ’아, 이 카페 재밌다!‘ 하고 느끼게 해줄 매력포인트 같다. 사장님 천재만재. 너무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일하는 내내 웃으며 손님들을 대하셔서 자신의 일을 정말 애정하는구나 싶었다. 그 좋은 에너지가 나까지 기분을 좋게 했다. 여러모로 좋다- 하는 생각만 들었던 곳. 곧 다시 방문해야지~!
뉴스레터는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 짧은 글 쓰는게 훨씬 어렵구나. 소개글 하나 쓰는데도 2, 3줄로 우리의 정체성과 뉴스레터의 기획 의도를 전달하려니 머리가 터질뻔했다. 카피라이터분들, 에디터분들, 글 쓰는 모든 사람들, 존경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오늘도 시간 가는줄 모르고 3시간 회의 뚝딱. 이것저것 하려니 정신이 조금 없지만 내 세계가 조금씩 확장되는게 느껴져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