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큰 전환점을 앞둔 이 시기에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음을 깨달았다. 감사함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감사한 마음이 작아져버리기 전에 기록을 하려고 한다.
1️⃣ 회사 동료 JE, HS, AY, SB, ID
평소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과 퇴사 전 저녁 식사를 하고 싶어서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회식에 초대했다. 드래곤볼 모으듯 한 분씩 섭외(?)했는데 다들 바쁜 와중에도 일정까지 바꾸면서 식사 자리에 와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는데, 깜짝 케이크를 준비해줘서 진짜 조금 눈물 고일뻔 했다.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감동적인데 뭔가 머쓱하고 아쉽고 마음 찡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웃음으로 무마했다.🫠 2차로 간 펍에 다트 게임이 있어서 팀전으로 급 게임을 했는데, 술기운과 분위기 탓인지 별것도 아닌거에 다같이 너무 즐겁게 웃어서 또 행복했다. 배아프게 많이 웃었다. 6명이 모인김에 한 사람씩 로또 번호를 골라서 조합해서 다 같은 번호로 로또도 샀다. 1등 되면 여섯명이 나눠먹는거다~! 해산하는 길에 아쉬워서 인생네컷 같이 찍자고 했는데 또 온갖 인형 모자 쓰면서 열심히 찍어준 책임님들… 행복한데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쉬워서 이름모를 감정에 기분이 이상했다. 첫 퇴사 기억속에 남을 소중한 추억을 선물받아서 너무 감사했다.
2️⃣ 입사 동기 MH, YE
YE는 독일 출장을 간 바람에 퇴사 소식도 보이스톡으로 알렸다. 보이스톡을 하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 한참을 우애앵- 하며 슬퍼했다. MH와 YE는 나와 입사 동기이고 회사에서 가장 친한 사람들이다. 내가 즐거웠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에 늘 이들과 함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텼고, 더 무너지지 않았다. MH는 나보다 다섯살이 많은데 동기라는 이유로 참 친하게 지냈다. 나는 친한 사람들에겐 장난이 많아지는 성격이라 항상 투닥투닥 하면서 재밌게 지냈는데, 그의 친구들 중에 나만큼 어린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회사에서 가장 말이 잘 통하고 의지가 된 사람이었다. 나를 많이 배려하고 존중해주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더 감사하다. 퇴사 소식을 알렸을 때 내가 퇴사하는 게 회사생활에 큰 변곡점이 될 것 같다고 말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YE도 정말 친하게 지냈다. 입사 첫 날부터 내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랑 놀지 않겠느냐고 연락을 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참 웃기긴 하다. 그렇게 회사 밖에서 만나서 와인바에 갔다가 칵테일 마시면서 책을 봤다. 잠깐이었지만 둘이서 사내 스타트업 공모전도 나갔었다. 처음부터 나와 결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클라이밍도 YE, MH와 함께 하지 않았으면 이토록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회사생활의 버팀목이 된 이들과 회사 밖에서도 길고 긴 인연을 유지하고 싶은 바램이다.
3️⃣ 엄마, 아빠
부모님 입장에서 자식이 멀쩡한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흔쾌히 납득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엄마는 나의 고민과 힘듦을 독립하기 전부터 알고 계셨고, 최근들어 더 힘들다고 많이 얘기했던터라 퇴사를 결정한 것을 말씀드리기 어렵진 않았다. 그리고 사실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에도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지 뭘 그러느냐고 하셨었다. 그런데 아빠는 직장 때문에 멀리 계시기도 하고, 내가 살갑게 전화하는 딸도 아니라서 나의 이런 고민을 잘 모르셨을거다. 가끔 가족들이 모이면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은 했었지만. 아빠는 한 직장을 25년 정도 다니고 이제 명예퇴직을 앞둔 사람이라 나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지난 일주일간 아빠 전화를 조금 피했다. 피하려고 피한 것은 아닌데 한두번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받다보니 선뜻 먼저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화요일에 용기내어 전화해서 소식을 알렸는데, 의외로 놀라지 않으셨고 담담하게 ’많이 고민해서 내린 결정일텐데 잘했다, 그동안 고생많았다-‘ 해주셔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빠가 훨씬 고생이 많으셨을텐데. 아빠 보고싶네. 딸의 결정을 지지하고 존중해주는 부모님께 참 감사하다.
4️⃣ 파인더스 클럽에서 알게 된 사람들
파인더스 클럽이 내 퇴사 지분의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커뮤니티에서 정말 많은 용기를 얻었다. 나만 이렇게 고민하는게 아니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다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퇴사를 한다고 큰일이 나지 않는구나. 연결된 파인더분들은 이미 퇴사 경험이 다 있으셨고 나에게 따뜻한 응원을 건네주었다. 무해한 사람들 총 집합소였던 파인더스 클럽. 쉽게 만나지 못할 빛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선의로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모임. 정말 이상적일 정도로 안전하고 따뜻한 커뮤니티라고 느꼈고 망설이지 않고 파클을 신청했던 과거의 나, 칭찬해! 이렇게 마주친 새로운 인연들이 내 마음에, 앞으로의 삶에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이미 거대한 파동을 일으켜서 이렇게 소중한 교환일기도 쓰고 있고!😌 오랜 시간동안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연결되기를. 2기는 더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연결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