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에 와 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이 된다. 오랜만에 어떤 카페에 와서 앉아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쓰담 모집 마감일이어서 신청해주신 분들의 글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았다. 결국에 지속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빛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참여 의지와 자연스러움. 그래 자연스러움에 대해서 글을 써보자.
#자연스러움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자연스럽게 아침에 일어나 수영장을 가게 되는 것, 내가 자연스럽게 마음이 우러나와서 무언가를 하는 것, 자연스러운 사랑, 자연스러운 관심. 사실 이 자연스럽다는 것의 기반에는 엄청난 부단한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정말 나도 모르는 채로 그것에 사랑에 빠졌다던가. 단어의 뜻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만 오늘은 찾아보지 않으려 한다. 내가 스스로 정의를 내려봐야지. 자연스럽다는게 어쩌면 자연과 같은 상태가 되고 싶다는 것이지 않을까? 스스로 그런 상태, 내가 아는 한자로 자연은 스스로자에 그러할 연으로 알고 있다. 이것도 맞을까 싶지만. 스스로 원래 그런 상태가 자연이지 않을까. 스럽다는 것은 그러한 상태스럽다..인가? 그동안 너무 쉽게 뜻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앞으로 단어에 대해 이렇게 생각을 해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오늘의 자연스러움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모임에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을까-하는 것. 다른 모임을 들여다봤다. 보증금 제도와 규칙이 먼저 보이는 모임이 대부분이었다. 이거 하지 않으면 너 우리 모임에 함께할 수 없어-와 같은 것들. 물론 그런 강제적인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지영의 결에는 맞지 않았다. 한명이 함께 의지를 가지고, 마음을 다하여 이 모임에 참여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마음의 자연스러움이 오늘의 주 생각이었다. 결국에 글쓰기와 모임이니까, 글을 쓰는 사람과 그 사람의 글에 집중을 하기로 했고, 이 모임에 계속하는 사람들은 왜 하필 쓰담에서 계속 하고 있는지, 그 수많은 모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들은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모임에 하는지 잘 알아봐야겠다.
어제 책방에 있다가 경환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중랑구를 지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카톡은 할 수 없어서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아무래도 나 글을 써야겠다고. 그러니 링크를 보내달라고 했다. 뭔가 마음이 울컥했다. 경환오빠만의 시선을 좋아한다. 쓰담의 첫번째부터 함께해서 많은 기수를 함께 했고, 전시 때와 홈커밍데이 때 함께 해주었다. 재밌는 건 우리는 글로 더 많이 만났고,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건 그리 많은 날이 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굴을 마주할 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예전에 엄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글을 오래 써왔고, 서로의 글을 봤던 존재라면 그 무엇보다 친한 사이일 거라고 했다. 그것만큼 현대 사회에서 소중한 관계가 없지 않겠냐고. 맞다. 그런 것 같다.
아마 이 20분 글쓰기를 하면서 만날 분들과도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마주하는 그런 사이가 되고 싶다.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시간에 들어가서,
어떠한 사람의 글을 마주하고 싶다.
더더욱 빠르고 짧아지는 이 시대에서 더 호흡이 길고 느려지고 싶다.
#게으른 정원
어제 밤에 김포에 있는 게으른 정원에 놀러갔다. 좋아하는 동네 꽃집 작업실 몽원에서 책방 사장님께 선물을 할 거라고 꽃다발을 주문했다. 언제나 믿고 맡길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꽃집이다. 그곳에서 꽃다발을 포장해서 나왔다. 럽덥에서 출발해서 상봉역에서 반포역까지 지하철을, 또 반포역에서 환승이 안될 것 같아서 한 정거장 320번 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까지 이동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9501번 버스가 왔고, 하필 나부터 자리가 없어 한시간을 서서 갔어야 했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곳에서 차차님을 만났다. 오래 인스타그램에서 지켜봐왔고, 내적 응원을 하다가 작년에 브랜딩 수업에 온라인으로 함께 했었다. 결국 김포의 마지막 모습을 다행히 눈으로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