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나는 파리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있었다. 지혜가 유학가던 어느 날에 내가 돈 모아서 한달살러 파리에 가겠다며 약속을 했었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아무튼 지혜를 오랜시간 만났다. 별다른 계획없이 정말 파리에서만 지내기 위해 갔다. 너무 춥고 쓸쓸하고 외로운 파리의 인상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따뜻함과 행복한 시간들, 공간에 대한, 예술에 대한 꿈들을 꾸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지혜와 연결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지혜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해해준다. 개인적으로 글을 꾸준히 썼으면 하는 친구 중 하나랄까. 그 친구가 자기 분야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과 어떤 것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것, 또 어떤 일화를 이야기해주는 것들을 듣고있으면 그 속으로 푹 빠지게 된다. 신이나서 더 해달라고 조른다.
그날도 나의 숙소에 놀러온 지혜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 보따리를 듣고 적었던 일기는 다음과 같다.
아름다움에 대한 주제가 있는 파티.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여. 3명의 친구가 공동 생일 파티를 개최하여서 ‘아름다움’을 주제로 이야기 거리를 준비해서 파티장에 온다. 요셉은 사람들을 만나서 세심하게 한명 한명 사람들을 챙겨주었고, 서로를 인사시켜 주었다. 여러 음식들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그 어느 시간에 모두가 둘러앉아 오늘의 주제였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는 수필, 누구는 짧은 연극을 준비해 오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자기 나라의 노래를 준비하여 함께 율동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날 그렇게 모인 50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임의 시간을 가진 후에, 여운이 남는 파티를 가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숫자가 하나가 되는 경험. 그것을 꼭 받아보고 싶다.
아름다움에 대해 논할 수 있는 파티라니. 듣기만 해도 낭만적이었다. 정말 파리에 사는 백지혜잖아? 이곳 진짜 파리였구나? 싶었다. 요셉은 지혜의 친구로, 미국인이고 신부님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신학생이었다. 그 친구를 나도 함께 만나서 하루는 수목원에 놀러가고, 또 하루는 요셉이 머무르고 있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기도 했다. (그 경험도 어마어마했다. 보통 많아도 신부님이 2명 들어오시는게 최대였는데,,, 신자수보다 신부님 수가 더 많았던 미사를 드렸던… 거의 40-50명은 되었던 듯…?) 아무튼 다른 이야기로 빠져버렸군, 다시 돌아오자면 요셉은 그런 친구였고 나는 그 친구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그 파티를 머릿속에 그려봤다.
언젠가 최이슬 파티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던 내가, 그냥 콘텐츠 없는 파티 말고 이런 파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마음이 들었다. 아니,, 아름다움에 대해서 글을 쓰고, 연극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또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추고, 시를 읽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위인가. 꼭 아름다움에 대한 파티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뭐 다른 주제들도 많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 파티를 하는 경험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
우리는 파동의 겹침이다. 원자와 파동, 우주의 신비
지혜는 과학과 우주에 대한 영상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친구는 현재 박사과정에 있는데, 엄청 엄청 조그만 세상을 다루고 있다. 그때 저런 말들을 해주었는데, 그냥 내가 먼지같이 느껴졌었다. 물론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먼지보다도 더 티끌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지나간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 몸 안에 있는 세포들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들의 세상에서 또 다른 인격의 존재이지는 않을까. 작은 우주가 아닐까 하고.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혜와 지혜의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어떤 전시를 보러 갔었다. 그 전시장에서 한참을 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봤던 곳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수조에 산화 반응을 계속 시키는 영상을 엄청 긴 스크린에 촬영된 것들을 전해주었다. 바다 같았다. 되게 아름답다고 느끼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빠져 한참을 영상에 홀린듯 바라봤다. 나 또한 그러했다. 화학 반응이 참 신기했다. 아름답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