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의 시작을 건너뛸 수 없지. 오랜만에 일이 많아서, 뒤숭숭하여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생각이 많아서인지, 더워서인지 잠에서 깼다. 타자, 우리의 오늘 - 교환일기를 쓰기로 마음 먹고서 이전에 썼던 교환일기를 살펴봤다. 정말 솔직한 이야기 가득이었다. 내 상황과 생각들을 오픈하고, 거짓없이 기록을 했더라. 와-이걸 혼자서 보는 곳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기록을 했다고? 근데 나 뿐만 아니었다. 함께했던 종호오빠도, 지연이도, 지혜도 다들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청춘들이었다.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찾아 떠나던 과정을 기록했던 종호오빠도, 항상 씩씩하고 밝은 줄 알았던 지연이도, 프랑스에 이제 막 유학을 떠난 지혜의 모든 흔들리고 단단해지는 과정을 살펴봤다. 우리가 이렇기에 이어질 수 있겠구나. 매일을 연락하지 않지만 응원하는 마음이 기반에 깔려있는 이유가 있구나-싶었다.

아마 다다님과 무니님이 연결된 이유가 있으리라.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깊은 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20분 글쓰기로 쌓이면서 서로가 궁금했던 것은 공감하리라 싶다. 그래서 연극을 함께 보러갔을 때에도, 또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에도, 글에서 만날 이야기들도 모두 궁금하고 설렌다. 내가 먼저 솔직해져보려고 한다. 그 솔직함이 괜찮은 공간일 수 있도록,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오늘은 괜찮음과 흔들림의 사이에 있었다. 모든 것에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날이었다.

1

아는 선생님이 중랑문화원에 가서 일을 시작하셨다. 항상 일을 물어다 주시고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이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그런 선생님이 일을 급하게 요청하셔서 오늘 오전 내내 작업을 하여 전달드렸다. 결과는 하지 않기로 함. 위에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기존 포스터 느낌으로 가기로 했다는 것. 작업하기 너무 싫어져서, 저녁에 전화가 온 선생님에게 거절을 했다. 이미 작년 업체에 거절을 당하고 온 상황. 나도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또 나를 지키기 위해서 에너지를 썼다. 거절을 했다.

2

소개팅을 했고, 일요일 부로 세 번을 만났다. 내가 계속 생각했던 착한 것과는 별개로 티키타카가 하나 없었던 것을 인정한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게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 오늘 저녁에 고민을 하다가 연락을 했다. 사람을 정리해낸다는 것이 정말 커다란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답장이 왔고, 그래도 세번 만났던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우린 서로 맞지 않았을 뿐, 그 분이 진심으로 그에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무튼 그렇게 내내 고민을 하던 것을 끝내니 내게 남은 에너지는 마이너스가 되었다. 진짜 힘들구나.

사실 머리가 너무 흔들리고, 몸이 결리고 엉망이 되었다. (소개팅 했던 사람에게 연락을 한 이후로 이 모양이 되었다. 사람과 시작을 하거나 끝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다시 얼른 잠에 들어야지.

내일은 꼭 수영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