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리하고 싶어서 어제 남아있던 생각을 정리해본다.

나에게 강한 끌림을 줬던 그 사람, 이번주 토요일에 음감회를 하는 도중에 또 연락이 왔다. 실은 오전에 연락이 왔었는데, 청소를 하느라 보지 못했고 정신없이 종일 시간이 지나가다가 쉬는시간에 어쩌다 연락이 온 걸 보았다.

밥 한끼 먹자는 말을 인사치레로 하지 않는다. 밥 먹는 거 그 시간 되게 소중하다고…! 근데 그에게는 그런 말이었나보다. 지난주에 그 말을 해놓고 주중에 연락이 올까? 기대를 했었던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고, 그래서 그렇게 흘러가게 두었다. 슬프지만 그냥 걔한텐 내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인 거라 생각했다.

그런 나한테 또 연락이 왔다. 내 프사를 보고서 그에 관련해서 연락이 왔길래, 얘기하다가 마침 어제 새벽에 봤던 근처 횟집 사진을 보냈다. 가까운데 가실련지-라고. 읽어놓고 답장이 없길래, 마음이 없구나- 싶었다. 굳이 덧붙이고 싶지는 않았고. 그러고 밤늦게 다시 연락이 왔다. “오오… 기회가 되면 가자” 그래서 이제 후회없이 마음을 접을 수 있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이라는 말은 지금은 기회가 아니라는 것이니까. 예이이-하고 답장을 보내고 말았다. 뭔가 근데 이제 강한 끌림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다. (니 말고도 갈 사람 많아 이자식아..)

2

오늘 럽덥에 와서 낮잠을 잤다. 정말 달콤한 잠을 잤다. 청소도 이번에는 제법 마음에 들게 했다. 공간도 배치한 것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그제인가 지혜한테 하영이 럽덥에 놀러오고 싶다고 했다며 연락을 줬는데, 하영에게 연락이 따로 없었다. 고민하다가 낮잠을 잔 후에 에너지가 충전이 되어서 연락했다.

하영도 오전부터 올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교대근무 들어가는 시기이고, 야간근무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서 밤 열시부터 일을 해야하는데 지금 잠을 못자고 있다고. 동탄에서 중랑구까지 오려면 거의 두시간이나 걸려서, 나도 럽덥 놀러와-라는 말을 막 할 수 없었는데, 조금 더 카톡을 하다보니까 오고 싶은 마음이 좀 더 있는 것 같아서, 그쪽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하영은 럽덥에 놀러오기로 했다. 하영이 오기 전까지 나는 럽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쉬고, 누워서 노래를 듣다가, 공간 사진도 찍다가, 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했다.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서 그저 즐겼다. 잠시 동네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고.

3

하영이 도착하고서 너무 반가웠다. 1월 양양 여행에 지혜 친구로 왔던게 어제 같은데, 우리에게 2개월 아니 3개월 이라는 시간이 각자 흘렀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 우리가 이렇게 지혜없이 만나고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모든게 다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뭐라도 필요한거 얘기하라 해서, 두루마리 휴지를 이야기했다. 원플러스 원이었다며 두 박스나 이고 지고 럽덥에 온 하영.

하영은 1월에 만난 날보다 훨씬 건강해져 있었다. 생기도 생겨보였다. 이제 더 이상 우울증 약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양양 여행을 다녀온 후로 인도에 갑자기 여행을 한 그를 보면서 참 멋있고, 궁금했었는데… 서로 궁금한 점이 있어야 이렇게 만날 수 있는가보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동네 카페에도 잠시 데려가 커피도 한잔 사주고, 다시 돌아와서 또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여덟시에는 나가야 열시에 출근할 수 있기에 빨리 배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인도에 다녀온 후로 비건을 시작했다는 하영, 그래도 생선과 달걀, 우유 정도는 먹는다 했다. 애써 모든이에게 설명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그 모든이 중에 나는 설명을 해주는 이에 속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 상황을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니까. 그래서 감사했다.

오늘 본인의 알고리즘에 리코가 뜨고 있는데, 내가 리코를 쓴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며 다혜가 생각났다. 재밌었다ㅋㅋ 다헤도 양양에 초대했었는데 어쩌면 또 그렇게까지도 이어졌을 지도 모르겠구나. 왜 내가 양양에 다혜를 초대하고 싶었는지, 왜 하영이 지혜 친구인지 알 수 있던 날. 하영은 자신의 또 다른 친구 현지가 럽덥에 오고 싶다고 했다. 놀러오라고 했고, 자신의 친구를 기꺼이 내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고마웠다.

하영과 헤어지고서 지혜에게 카톡이 왔다. 자신의 친구랑 잘 만나서 놀아줘서 고맙다며. 하영이 지혜에게 연락했나 보다. 그러면서 파리 여행할 때 내 숙소에 지혜와 지혜 친구 진혁을 초대해서 월남쌈을 해줬었는데, 그걸 진혁이 이슬이 누나가 그때 해줬던 월남쌈 해먹자고 이야기를 해서 어제 진혁과 준범 그리고 지혜의 또다른 친구랑 맛있게 먹었다며 사진을 보내줬다. 지혜의 세상도 참 재미있다. 난 그렇게 엮여서 또 지혜의 인스타 스토리에 올라갔다.

4

내가 강한 끌림이 있던 사람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었다. 생각보다 나도 멋있는 사람인데, 괜히 내가 못하는 부분을 잘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 나름 멋있는 사람이고,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 혹여나 걔를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주춤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