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사람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어가며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불사를 원하지 않는다. 허나,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는 자신있게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럴려면 지금 생에도 미련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여.
한 사람이 태어나 꿈을 꾸고 생각을 하고 일을 하고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 하나의 거대한 세상을 가진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들이 이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필 우리가 만나 닿은 것에는 어떠한 연유가 있으리라고. 그게 좋은 쪽이든, 좋지 않은 쪽이든.
이왕 태어났으니 잘 살아가고 싶다. 밤에 눈을 감으며 매일 죽고, 아침에 눈을 뜨며 새로 태어난다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긍정적인 이야기들은 삼키지 않고,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한번 더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기를. 내 생에 닿은 사람과 일들을 소중히 여기고, 소중히 생각하기를.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 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나라는 것을 잘 알기를.
어제 스물 한 살 때 국토대장정에서 만난 카톡방에 오랜만에 연락이 올라왔다. 결혼을 하는 오빠의 결혼 소식이었다. 젊은 날의 뜨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걷고 또 걷고, 끊임없이 대화를 했던 그 청춘의 시간들을. 이어지는 소식으로는 나와 동갑인 그때 당시 투애니원 친구들이었던 윤지와 다은이가 서른 셋이 된 지금 아기를 낳아 엄마가 되었다는 것. 오늘 아침에는 규란 언니의 둘째 아기 소식까지. 소중한 생이 태어나는 순간을 연달아 들으니, 아찔했다. 감히 상상되지도 않았다. 나와는 아직 먼 이야기 같아서, 하지만 꿈꾸는 미래라 부러운 마음이다.